[연재-추리소설] 이상우 작가의 신의 불꽃 20화
[연재-추리소설] 이상우 작가의 신의 불꽃 20화
  • 온라인뉴스팀
  • 입력 2020-06-26 10:06
  • 승인 2020.06.26 16:38
  • 호수 1365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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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은 자신이 태어난 과정과 자라 온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아버지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 조금 전에 본 동영상에 관해서도 말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로군요. 인터넷 타고 온 아버지를 만나신 소감이 어떤가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었어요. 살아 계신 분을 만난 것같이 감격스러웠어요. 왠지, 왠지...”

수원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
“아버지가 어딘가에 살아 계신 것 같아요.”
수원의 눈에 물기가 서렸다.

“정부 기관에서는 돌아가셨다고 했다면서요?”
“예. 그냥, 저의 막연한 예감이죠. 불가능한 소망이라고나 할까.”
식사를 마치고 두 사람은 해운대가 내려다보이는 이층 찻집으로 장소를 옮겼다. 영준은 경찰에서 들은 이야기를 수원에게 전해 주었다.

“호텔에 있던 클라크 일행 세 사람을 쫓고 있다고 합니다. 클라크는 한국에 영어 강사로 들어왔다가 반핵 연대 활동을 하고 있답니다. 나머지 두 사람도 해외에 자주 드나들며 환경 운동과 반핵 운동을 했다고 합니다. 어떤 단체에 속해 있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고요.”

“폭발 사건에서 밝혀진 건 더 없나요?”
“폭발물은 바다 바닥에 떨어뜨려 갯벌 속에 묻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답니다.”
“폭약 종류는 무엇이래요?”
“테러에 흔히 쓰이는 군용 C4라는 폭약이랍니다.”
“C4라고요?”

“보통 콤포지션 C4라고 하는데요, 성능이 아주 강력합니다. 그날 터진 것은 2킬로그램 정도고 뇌관을 무선으로 작동하게 해 놓은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그걸 폭파시킨 범인이 저인 게 틀림없네요.”
수원이 침통하게 말했다.

“하하. 폭파범과 함께 있으니 떨립니다. 그 일이 오히려 수사에 도움이 되었으니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영준이 일부러 우스갯소리를 하며 위로했다.
“장 안토니오가 이태리에 있을 때 반핵 운동을 했을 것이라고 수사팀이 이야기하더군요. 그런데 최근 가게를 확장하고 해외여행도 자주 다니는 등 씀씀이가 커졌답니다. 지금 그 돈의 흐름도 추적하고 있다고 합니다.”

“장 안토니오가 가지고 있던 지도와 관련해서는 뭐가 밝혀진 게 있나요?
“장 안토니오의 집과 가게를 수색해 보니 신 고리 3, 4호기 근방 해류도뿐만 아니라 울진, 월성, 광양 등의 신설 원자로 근방 지도도 나왔답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와 신설 후보지를 모두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 같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대체 무엇 때문일까요?”

“장 안토니오가 낚시 가게를 운영하는 것으로 봐선 원전 근방에 모여 드는 특수 어종을 탐낸 것 같기도 하고...”
“그건 너무 약한 이유인데요. 물고기 잡자고 폭발물 설치까지?”
수원이 고개를 흔들면서 영준의 말을 끊었다.
“두 번째로는 반핵 운동의 하나로 원자력 발전소 건설 현장이나 근방에서 소란을 일으켜 공사를 포기하게 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고...”

“그럴 법도 하네요.”
“세 번째로는 사회 질서를 흔드는 테러 조직의 공격 준비일 수도 있습니다.”
영준의 얼굴이 점점 심각해졌다.
“그럼 북한이 개입돼 있다는 말인가요?”
“북한만이 우리 적은 아닙니다. 이제 이념의 적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그럼요?”
“경제가 먼저입니다. 경제적 이익 앞에서는 국가도 민족도 이념도 없는 게 현 국제 정세입니다.”
“그럼 경제 상황에 따라 어제의 우방이 오늘의 적이 될 수도 있겠네요.”

수원의 말에 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를 열어 보니 쟝 폴한테서 메일이 와 있었다. 프랑스어로 쓴 메일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 우선 동영상을 얻게 된 경위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1970년대 파리 주재 소련 대사관에서 현지인으로 근무했습니다. 저는 여권 심사를 담당하는 부서에 있었고 제 친구 마드모아젤 로렌은 무관 비서실에 근무했습니다. 무관이라면 소련의 정보기관인 KGB의 파견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로렌은 뒤에 프랑스 정보기관인 해외안전국, 약칭 DGSE로 옮겨가서 미·소 정보기관의 움직임을 파악한 기록물을 보존 관리하는 업무를 했지요.
기록들이 만 30년이 되어 금년에 폐기된 것이 많았습니다. 그중 무르만스크 사건에 관련된 자료 몇 개를 폐기물에서 살려 두었다고 합니다. 자료 속에 용국 한에 대한 동영상이 있다고 해서 제가 입수해 두었던 것입니다.

보셨다시피 동영상은 상태가 별로 양호하지 못합니다. 오래되어서 그런 게 아니고 원 영상이 그렇습니다. 첩보원이 몰래 찍은 거라 그럴 겁니다.
파일명에 나와 있듯 찍은 날짜는 1978년 4월 19일입니다. 장소는 분명하게 적혀 있진 않지만 라 데빵스의 프리마 호텔 앞인 것 같습니다.

로렌에게 이것 외에도 대한항공 902편에 대한 다른 자료가 있는지 더 알아보겠습니다. 아버님 죽음의 미스터리가 속 시원하게 풀리기를 기대하며, 적극 돕겠습니다.
본 숑스(굿럭).
당신의 사이버 친구 쟝 폴.

아나톨리 게시판에도 새 정보가 올라 있었다. 수원이 올린 글에 리플로 달린 글이었다. 역시 프랑스어로 돼 있었다.
- 봉주르 onesil님.

사건 당시 대한항공 902편에 탔다가 생환한 사람 중에 일본인 승객이 있습니다. 이름은 스즈끼 마사오. 무엇이든 기록해 놓는 기록 광이라고 합니다. 미사일 공격을 받을 때부터 강제 불시착, 억류, 송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시간대별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기록해 두었다고 합니다.
일본으로 돌아오고 몇 년 뒤 그 역시 의문의 죽음을 당했습니다. 그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답니다.
그가 남긴 기록을 찾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계속 추적해 보겠습니다.

마리아 바소로뮈라는 여자가 쓴 글이었다.
생환한 일본인 승객까지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수원은 갈수록 미궁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그러면서도 언젠가는 밝혀질 거라는 희망이 생겼다. [계속]
 

작가 소개 /

이상우는 추리소설과 역사 소설을 40여 년간 써 온 작가다. 40여 년간 일간신문 기자, 편집국장, 회장 등 언론인 생활을 하면서 기자의 눈으로 본 세상사를 날카롭고 비판적인 필치로 묘사해 주목을 받았다. 역사와 추리를 접목한 그의 소설은 4백여 편에 이른다. 한국추리문학 대상, 한글발전 공로 문화 포장 등 수상.

주요 작품으로, <악녀 두 번 살다>, <여섯 번째 사고(史庫)> <역사에 없는 나라>, <세종대왕 이도 전3권> <정조대왕 이산>, <해동 육룡이 나르샤>, <지구 남쪽에서 시작된 호기심> 등이 있다.


 

온라인뉴스팀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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