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추리소설] 이상우 작가의 신의 불꽃 21화
[연재-추리소설] 이상우 작가의 신의 불꽃 21화
  • 온라인뉴스팀
  • 입력 2020-07-03 15:36
  • 승인 2020.07.03 15:38
  • 호수 1366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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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마지막 토요일. 동해안 남쪽 끝인 울산, 기장, 해운대에는 봄기운이 완연했다. 
고유미와 배성민, 정세찬 박사가 원전 고리본부 정문 앞에 서 있었다. 수원은 강시훈 홍보실장과 함께 그들을 마중하러 나갔다. 

“수원아!”

유미가 제일 먼저 수원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오랜만입니다.”

정세찬과 배성민도 손을 흔들었다. 

네 사람은 홍보실장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본부로 들어갔다. 소회의실에서는 주영준 차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미의 취재를 돕기 위해 수원이 함께 참석해 줄 것을 미리 부탁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홍보실장은 유력한 과학 잡지의 취재에 바짝 긴장한 듯했다. 원전의 안전성과 폐기물 처리 문제 등에 대해 긍정적 이미지를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홍보실장은 우선 원자력 발전 원리와 한국의 원자력 발전 현황을 영상 자료를 통해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원자력 발전 원리를 간단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라늄 235라는 광물을 이용해 핵분열을 일으키고 그때 일어나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로 물을 덥혀 증기를 만듭니다. 그 증기로 발전 터빈을 돌려 전기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전기를 일으키는 방식은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 에너지를 이용할 때와 같은데, 그 연료로 우라늄을 쓰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

홍보실장이 능숙한 말솜씨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우라늄에서 에너지를 일으키는 원리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따른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모든 물질은 변할 때 광속의 제곱을 가하면 엄청난 에너지가 생긴다는 이론을 내 놓았습니다. 즉 E=mc2이라는 공식입니다.”
정세찬과 고유미는 신기한 이야기를 듣는 듯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우라늄 235는 가공하여 발전용으로 쓰고 238은 의학 등에 씁니다. 우라늄 235의 원자가 중성자와 합쳐질 때 생기는 열은 엄청납니다. 700도가 훨씬 넘지요. 그 불구덩이 안으로 물을 담은 튜브를 통과시킵니다. 불구덩이를 거쳐 나온 튜브의 온도는 섭씨 301도 정도, 압력은 112기압 내지 157기압이나 됩니다. 그 과정을 통과하면서 물은 증기로 변하여 발전 터빈을 돌립니다. 발전 터빈을 돌리고 나면 그 증기를 식혀서 다시 원자로 불구덩이 속으로 보냅니다. 터빈을 돌리는 튜브 속의 물을 보통 경수라고 부릅니다. 경수는 물의 99.9퍼센트의 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하, 뉴스에 자주 나오는 경수로라는 것이 바로 그거군요.”
유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튜브 속의 증기를 식히기 위해 해수를 끌어들입니다. 고리 2호기 원전에 사용되는 해수는 1초에 60톤 정도입니다. 증기 튜브를 식히고 나오는 해수는 배수구를 통해 다시 바다로 돌아갑니다. 보통 해수의 온도는 4도에서 5도, 튜브를 식히고 나온 해수는 10도에서 29도까지 되기도 합니다.”

홍보실장은 정세찬과 유미가 진지한 태도를 보이자 더욱 신이 나서 설명했다.
“원자로 밖으로 나오는 해수는 방사선을 발생시키는 원자로 물질과는 전혀 접촉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배수구의 해수는 방사선 오염도가 제로입니다.”

홍보실장의 설명이 끝나자 유미가 말했다.
“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네요. 저는 핵폭탄 만드는 재료를 어떻게 해서 바로 전기를 일으키는 줄 알았어요.”
“무식하기는.”

옆에 앉은 정세찬이 조그만 목소리로 핀잔을 주었다. 
“핵폭탄은 플루토늄으로 만드는 거야. 원자로를 가동시키고 나면 플루토늄이 약간 나오는데 그것을 재처리해서 만드는 게 핵무기야. 그런데 우리나라는 재처리 기술이 없잖아.”
정세찬이 아는 체했다.

“북한은 있고?”
“응. 그게 문제야.”
“성민 씨 맞아요?”
유미가 성민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렇죠. 우라늄 농축 기술이 있는 나라는 폐연료봉을 쓰지 않고 우라늄을 직접 농축해서 씁니다. 발전용 우라늄은 압축 농도가 2~3퍼센트라서 핵 분열하는 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그러나 핵폭탄용은 농축도가 95퍼센트 이상 되기 때문에 1초 미만에 연쇄 폭발이 일어납니다.”

성민이 진지하게 설명을 계속했다.

“핵폭탄의 폭발 속도가 수천만 분의 1초라면 원자로는 18개월 정도 걸리는 느림뱅이입니다. 핵 발전소에서는 부산물로 농축(빼시오) 플루토늄이 약간씩 나오긴 하지만, 그것도 순도가 95퍼센트 이상 돼야 재처리해 폭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성민의 설명을 듣고 있던 유미가 다시 물었다.
“우라늄인지 우라질넘인지 하는 것은 가만히 있어도 폭발하나요?”
“우라질넘? 하하하.”

유미의 농담에 모두가 유쾌하게 웃었다. 
“아니죠. 가만있는 사람이 화를 내지는 않듯 우라늄도 마찬가지입니다. 폭발을 유도하려면 물질을 분자로 쪼개고, 분자를 다시 또 원자 상태로 쪼개야 합니다. 이 원자의 핵을 쪼개는 과정이 바로 핵분열입니다. 이때 아인슈타인 법칙이 적용되어 엄청난 에너지가 나오는 겁니다.”
성민이가 초등학생에게 얘기하듯 친절하게 설명했다. 

“걔들은 분열밖에 할 줄 모르나요?”
유미가 다시 물었다. 은근히 성민과 말을 나누고 싶어 자꾸 묻는 것 같아 보였다.
“융합도 합니다. 핵분열 때도 엄청난 에너지가 생기지만 융합을 할 때도 대단한 에너지가 발생합니다. 그것이 수소결합, 즉 핵융합 발전입니다. 제가 그걸로 학위 논문을 썼죠.”
“그런데 말예요. 감시의 눈만 속일 수 있다면 여기서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겠네요?”
유미가 느닷없이 질문했다.

“감시의 눈이 없는 곳이 있을까?”
정세찬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나라는 핵 농축이나 재처리를 하지 않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핵무기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홍보실장이 큰일 날 소리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아까 원자로를 통과한 물을 경수라고 하셨잖아요, 그렇다면 중수란 무엇인가요?”
유미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계속]

 

작가 소개 /

이상우는 추리소설과 역사 소설을 40여 년간 써 온 작가다. 40여 년간 일간신문 기자, 편집국장, 회장 등 언론인 생활을 하면서 기자의 눈으로 본 세상사를 날카롭고 비판적인 필치로 묘사해 주목을 받았다. 역사와 추리를 접목한 그의 소설은 4백여 편에 이른다. 한국추리문학 대상, 한글발전 공로 문화 포장 등 수상.

주요 작품으로, <악녀 두 번 살다>, <여섯 번째 사고(史庫)> <역사에 없는 나라>, <세종대왕 이도 전3권> <정조대왕 이산>, <해동 육룡이 나르샤>, <지구 남쪽에서 시작된 호기심> 등이 있다.


 

온라인뉴스팀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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