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추리소설] 이상우 작가의 신의 불꽃 23화
[연재-추리소설] 이상우 작가의 신의 불꽃 23화
  • 온라인뉴스팀
  • 입력 2020-07-17 14:54
  • 승인 2020.07.17 14:57
  • 호수 1368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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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수원의 눈에 몰래 사진을 찍는 유미의 모습이 들어왔다. 소형 카메라를 하나 더 가지고 있었다. 수원과 눈이 마주치자 유미는 배시시 웃으며 눈을 찡긋했다.  수원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자 유미는 두 손을 모아 비는 시늉을 했다. 수원은 고개를 흔들며 이번에는 자신이 두 손을 모아 비는 시늉을 했다. 유미는 수원을 향해 한숨을 폭 내쉬었다.
일행은 다시 다른 문으로 들어갔다.

“와! 이곳은 나사의 우주센터 같은데요? 뭐하는 곳이에요?”
사방 벽이 계기판과 모니터, 스위치로 가득 찬 엄청나게 높은 돔에 들어서자 유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곳은 발전 시스템의 심장부인 주 제어실입니다. 메인 컨트롤 시스템이죠. 모든 기계의 작동이나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상이 생기거나 생길 가능성을 예측하고 스스로 제어하기도 합니다. 바로 한 차장님이 맡고 있는 일이죠.”

영준이 수원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수원이 설명에 나섰다.
“제가 주로 하는 일이 제어 시스템을 연구하는 일이에요. 이 원자로는 1978년에 건설되었으니 가동을 시작한 지 벌써 30년이 넘었어요. 제일 먼저 만든 곳이라 제어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어서 그 일을 하고 있지요.”

“여기는 안전합니까?” 정세찬이 물었다.
“방사선 말입니까? 나갈 때 측정기를 보시지요.”
영준이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식으로 대답했다.
일행은 폐연료봉이 보관되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조그만 호수 같은 곳에 갈대 줄기 같은 막대기가 수없이 꽂혀 있었다.

“양어장 같은데요?”
고유미가 흥미로운 눈길로 내려다보며 말했다.
“원자로에서 쓰고 남은 폐연료봉입니다. 그냥 물이 아니고 붕산수가 담겨 있습니다. 저것을 재처리하면 핵폭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 북한에서 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그래요?”

고유미와 정세찬이 동시에 관심을 보였다.
“그럼 우리도 저걸로 만들면 되는 것 아녜요?”
“안 됩니다.”
유미의 말에 강시훈 홍보실장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왜요?”

홍보실장이 건물 높은 벽에 걸려 있는 CCTV 카메라를 손으로 가리켰다.
“감시 카메라가 돌고 있군요.”
“맞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 즉 IAEA에서 전 세계의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폐연료봉으로 혹시 핵무기를 만들지 않을까 해서죠.”
“북한은 빼고요?”

고유미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북한은 IAEA를 탈퇴한 뒤 폐연료봉 재처리를 하고 있지요.”
“카메라를 가려 버리고 연료봉을 옮기면 되지 않을까요?”
유미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첩보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말입니까?”

홍보실장이 쿡 웃더니 설명했다.
“예전에 녹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곳 벽면에 페인트칠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국제 규칙을 모르는 페인트공이 저 카메라에 페인트가 튈까 봐 작업복으로 가려 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어머, 그래서요?”
유미가 눈을 반짝이며 홍보실장의 입을 바라보았다.
“두 시간 동안 전 세계 감시 기관에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서울과 동경, 그리고 IAEA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으로 전송되는 화면이 사라지자 세계 모든 감시센터에 비상이 걸린 것입니다. 즉시 우리에게 연락이 왔죠. 카메라를 덮은 옷을 벗긴 뒤 보고서를 보내고 나서야 일이 수습되었습니다.”

견학을 마치고 나오면서 다들 측정기의 숫자를 확인해 보았다. 모두 제로였다. 들어갈 때와 변함이 없었다.
일행은 다시 취수구와 배수구가 있는 원자로 뒤 해변으로 갔다.
“와, 정말 고기가 많군요. 수원이가 물 반, 고기 반이라고 자랑하던 곳이네요. 여기는 사진 찍어도 되나요?”

유미가 감탄하면서 돌려받은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눌러댔다.
“어부들이 보면 심통이 나겠는데요. 정말 더운 물을 좋아하는 물고기가 있긴 있군요.”
“영광과 월성 원전 발전소는 높은 수온을 좋아하는 고기를 기르는 양식장을 만들어 크게 성공했습니다. 자연 해수 상태보다 성장이 2, 3배 빠르답니다. 여기에서도 진주조개 시범양식에 성공해 지역 어민들에게 새로운 소득원이 되고 있습니다.”
홍보실장이 어깨를 으쓱이며 설명했다. 

“그 물고기나 조개를 먹어도 되나요?”
고유미가 걱정했다.
“예? 못 먹을 이유라도 있나요?”

홍보실장은 되묻고 나서 곧바로 답을 해주었다.
“아직도 방사선 걱정을 하시는 모양이군요. 백퍼센트 안전합니다. 물고기에 방사선 영향이 미칠 정도면 원자로가 스스로 멈추게 됩니다.”

“그렇다면 해변으로 가서 생선회 놓고 한 잔 해요.”
유미가 생글생글 웃으며 제안했다.
“저는 아직 마무리할 일이 있어서...”
영준이 사양했다.
“저도 일이 남아서...”

홍보실장도 난색을 표했다.
“함께하면 좋을 텐데... 할 수 없죠. 남은 사람들끼리 가요.”
유미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좋습니다. 오늘은 제가 쏠 테니까 누가 우선권 주장하지 마세요.”
성민이 선수를 쳤다.

“여기는 제 구역인데요?”
수원이 웃으며 나섰다.
“아, 그러세요? 그럼 존경하는 한수원 박사께 장소 선택권은 양보하겠습니다.”
성민이 유럽 기사 흉내를 내며 정중하게 허리를 굽혔다. 영준은 멀뚱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계속]

 

작가 소개 /

이상우는 추리소설과 역사 소설을 40여 년간 써 온 작가다. 40여 년간 일간신문 기자, 편집국장, 회장 등 언론인 생활을 하면서 기자의 눈으로 본 세상사를 날카롭고 비판적인 필치로 묘사해 주목을 받았다. 역사와 추리를 접목한 그의 소설은 4백여 편에 이른다. 한국추리문학 대상, 한글발전 공로 문화 포장 등 수상.

주요 작품으로, <악녀 두 번 살다>, <여섯 번째 사고(史庫)> <역사에 없는 나라>, <세종대왕 이도 전3권> <정조대왕 이산>, <해동 육룡이 나르샤>, <지구 남쪽에서 시작된 호기심> 등이 있다.

 

온라인뉴스팀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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