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추리소설] 이상우 작가의 신의 불꽃 24화
[연재-추리소설] 이상우 작가의 신의 불꽃 24화
  • 온라인뉴스팀
  • 입력 2020-07-24 16:18
  • 승인 2020.07.24 16:20
  • 호수 1369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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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 하나 달아라.”
수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성민은 수원의 차를 자신이 몰겠다고 나섰다. 운전대를 잡더니 툭 하고 말을 던졌다. 그러고는 부산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어, 이쪽으로 가면 안 되는데?”

수원이 안내하려던 횟집은 정반대 쪽에 있었다.
“하하. 한 번 더 양보하시지요. 오늘은 장소 선택권도 제게 주시옵소서, 마드모아젤.”
성민은 생각해 둔 곳이 있는 듯했다.

“고리발전소 진단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정세찬이 수원에게 물었다.
“앞으로 10년은 더 가동해도 문제없는 것으로 판정되었어요.”
수원이 대답했다.

“30년 전에는 미국 기술로 만들었지만 지금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원전 생산국이 되었어요. 국제적인 수출 경쟁이 장난 아니에요.”

“앞으로 20년 뒤에는 전 세계에 3백기 이상의 원전이 건설될 것입니다. 금액으로 보면 8백 조가 넘는 규모지요. 이 시장을 어느 나라가 얼마나 차지하느냐에 따라 국가 위상이 달라질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한국형 원자력 발전 모델 개발에 성공한 이후 선진국들이 모두 한국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성민이 수원에게서 바통을 이어받듯 설명했다. 성민은 한 번도 우리나라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항상 ‘한국’이나 ‘대한민국’이라는 객관적 표현을 했다.
“한국형, 한국형 하는데 특징이 뭐예요?”
유미가 물었다.

“친환경적인 면이 가장 큰 특징이지요. 7백 미터 해저에서 냉각수를 끌어오기 때문에 인근 해수에 거의 영향을 안 미칩니다. 또한 내구연한이 종전보다 훨씬 긴 60년으로 수명이 배 이상 갑니다. 지진에도 강해 강도 8이라도 견딜 수 있어요.”

차는 몇십 분 후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 앞에 멈췄다. 일행은 호텔 지하에 있는 바로 자리를 옮겼다. 벽면도 테이블도 실내장식도 모두 유리로만 된 곳이었다.
안주 몇 가지와 시원한 맥주가 차례로 테이블에 올랐다.

“야, 보람찬 하루였어요. 다음 달 특집 기사 절반은 완료. 대담자 두 분 사진을 현장에서 마음껏 담았으니, 핵 주권과 국제 역학에 대한 본격적 대담은 서울 사무실에서 하시지요. 도와줘서 고마워.”
유미가 수원을 향해 건배를 제의했다.
“도움이 됐다니 다행.”
수원이 맥주잔을 들어 유미의 술잔에 부딪쳤다.
“우리도 함께 건배합시다. 브라보!”
네 사람의 술잔이 함께 부딪치며 경쾌한 소리를 냈다.
“혹시 ‘신의 불꽃’이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유미가 입가에 묻은 맥주 거품을 닦아 내며 물었다.
“신의 불꽃이요? 그 말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성민이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 

“과학 기자들 사이에 오가는 말을 얼핏 들었어요.”
“그래요? 그거 내가 하고 있는 일인데.”
성민은 유미를 빤히 쳐다보았다.
“핵 발전을 흔히들 신의 불꽃이라고 해. 지금은 핵분열을 이용해서 에너지를 얻고 있지만, 앞으로는 핵융합을 이용하게 될 거야.”

수원이 대답했다.
“핵융합과 핵분열이 어떻게 다른 거예요?”
유미가 성민의 빈 잔에 맥주를 따르며 물었다.
“둘 다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하는 것은 같은데요, 분열 시보다 융합할 때 더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하지요. 태양 가장자리 온도와 비슷한 섭씨 1억 도의 열이 납니다.”
“1억 도라고요? 그걸 누가 재 봤어요?”

“계산을 해 본 거지요.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는 온도입니다. 그런데 그 열을 담을 용기가 이 세상에는 없습니다. 그 문제를 푸는 게 관건이죠. 제가 지금 참여하고 있는 연구 분야가 바로 그 그릇을 만드는 일입니다.”
“1억 도라⋯ 그야말로 신의 불꽃이군요.”
정세찬이 감탄했다.

“그렇지요. 꿈의 청정에너지가 바로 핵융합 에너지죠.”
성민은 자신의 연구 분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신이 나서 설명을 이어 나갔다.
“핵융합의 원료가 우라늄이 아니라 물이라는 게 중요합니다.”
“자원이 무한하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죠. 바닷물 속에는 약 0.015퍼센트의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있습니다. 이 물질들을 뽑아서 융합시키면 플라즈마라는 기체를 얻을 수 있지요. 이 플라즈마가 1억 도가 넘는 온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걸 담을 그릇이 필요하다 이거군요.”
유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에 국가 핵융합 발전소의 KSTAR가 플라즈마 시험 발생에 성공했습니다.  용기를 만드는 기초가 완성된 겁니다. 세계가 깜짝 놀랐지요.”
성민은 자랑스럽게 말하며 자신이 바로 그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STAR가 뭡니까?”
정세찬이 물었다.

“한국형 핵융합 연구 장치의 이름입니다. 코리아 슈퍼컨덕팅 토카막 어드밴스트 리서치(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의 이니셜을 딴 거지요.”
“토카막은 또 뭐예요?”

이번에는 유미가 물었다. 이야기가 점점 전문적으로 들어갔으나 모두 흥미를 잃지 않았다.
“러시아 말인데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자기장을 이용해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가두는 핵융합 장치입니다.”
“아, 네.”

유미는 아예 수첩을 꺼내 메모해 가며 들었다.
“핵융합 에너지는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어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 가스를 배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방사성 폐기물도 원자력 발전의 0.04퍼센트밖에 안 되는 소량만 발생시키지요. 이것 또한 백 년 이내에 모두 재활용이 가능하고요.”
따라서 원자력 발전처럼 장기적인 폐기물 처리시설이 필요하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계속]

 

작가 소개 /

이상우는 추리소설과 역사 소설을 40여 년간 써 온 작가다. 40여 년간 일간신문 기자, 편집국장, 회장 등 언론인 생활을 하면서 기자의 눈으로 본 세상사를 날카롭고 비판적인 필치로 묘사해 주목을 받았다. 역사와 추리를 접목한 그의 소설은 4백여 편에 이른다. 한국추리문학 대상, 한글발전 공로 문화 포장 등 수상.

주요 작품으로, <악녀 두 번 살다>, <여섯 번째 사고(史庫)> <역사에 없는 나라>, <세종대왕 이도 전3권> <정조대왕 이산>, <해동 육룡이 나르샤>, <지구 남쪽에서 시작된 호기심> 등이 있다.



 

온라인뉴스팀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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