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추리소설] 이상우 작가의 신의 불꽃 30화
[연재-추리소설] 이상우 작가의 신의 불꽃 30화
  • 온라인뉴스팀
  • 입력 2020-09-04 10:55
  • 승인 2020.09.04 10:58
  • 호수 1375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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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절체절명 40초

한수원의 사무실. 수원이 방폐물 처리 기준에 의거해 앞으로 백 년간 소요될 터널의 용적을 계산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경보방송이 울렸다. 
“청색경보! 청색경보! 모든 사원은 신속히 청색경보에 대비하라.”
오후 2시경. 푸른색 경광등이 여기저기서 번쩍이기 시작했다.

“차장 이상 간부는 속히 대회의실에 마련된 비상대책본부로 집결하라.”
방송은 계속되었다.
 “제2발전소 터빈실에서 미확인 물체 발견.”
수원은 방송을 듣고 곧장 제2발전소 주제어실로 뛰어갔다. 발전이 중지되면 큰일이므로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주제어센터에서는 김용소 발전부장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서성거리고 있었다.

“가동을 중지시키나요?”
수원이 물었다.
“아니오. 아직 상황 파악 중이라 중지시키지는 않았어요.”
김용소 부장은 터빈 비상버튼(ETB)을 뚫어질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평상시 문제가 생겼을 때는 비상 버튼이 자동으로 운행되거나 정지되지만 비상 상태일 때는 수동으로 바꾸고 운전원의 판단 아래 움직이게 한다.

“2호기 터빈실 50미터 이내에 있는 사원은 모두 대피하라. 터빈실을 차단시킨다.”
스피커에서 다시 지시가 내려왔다.
수원은 발전이 중지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와 비상대책본부로 갔다. 모두 심각한 얼굴이었다. 이종문 본부장이 조민석 과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우리 본부 홈 페이지를 체크하던 홍보실 직원이 게시판에 올라온 이상한 글을 발견했습니다. 15분 쯤 전에 올라온 글인데 ‘경고! 원전 2호기 건물에 폭탄 장치-친구로부터’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잊지 않고 체크를 해 두었습니다.”
“누가 올린 글인데?”

이 본부장이 못마땅한 얼굴로 물었다.
“누군지는 모릅니다. 다만 서울에서 올린 글이라는 것만 알아냈습니다.”
“서울? 그래서?”

“즉시 점검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사내 경비 계기판에 이상한 물체가 감지되었습니다. 14시 15분경 터빈실 터빈 커버에 높이 10센티미터 정도의 검은 물체가 붙어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폭발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모두 얼굴이 한층 더 심각해졌다. 수원은 특히 더 긴장했다. 버튼을 잘못 눌러 폭발 사고를 일으켰던 일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수원이 제2발전소 터빈실에 연결된 폐쇄회로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영준에게 물었다.
“터빈실에서 폭발물로 보이는 미확인 물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영준이 조민석 과장과 같은 말을 했다.

“발전소 내 여러 보안 센서에 이상 물질이 잡혔습니다. 최종적으로 터빈 커버에 밀착된 검은 상자가 발견되었는데 폭발물 같다는 것입니다.”
“말도 안 돼요. 거기는 아무나 물건을 들고 갈 수 없는 곳 아니에요?”
“그러니까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요.”
다시 긴급 방송이 흘러나왔다. 

“모두 폭발과 화재에 대비한 배치를 시작하고 비상 콜온을 가동하십시오. 서울 본사에 연락하고 우리 관할 군부대 폭발물 처리반에도 속히 연락하십시오.”
고리 원자력 발전본부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곧 경찰 특공대가 도착하고 외곽 지역은 관할 육군 사단이 봉쇄한 뒤 엄중한 경비에 들어갔다. 육군 사단 본부 폭발물 처리반과 경찰 폭발물 처리반이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 육군과 경찰, 한국수력원자력 보안 간부들로 합동대책본부가 설치되었다.

“터빈실과 인근 공간 직원은 모두 철수했나요?”
직접 현장에 나온 부산 시 경찰청장이 이종문 본부장을 향해 물었다.
“주제어실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피했습니다.”
“그곳에선 왜 대피를 안 합니까? 위급 시 가장 먼저 방사능에 노출되는 곳 아닙니까?”

경찰청장이 윽박질렀다.
“설사 거기서 폭발물이 터진다 해도 원자로는 문제없습니다. 그 정도로 원자로가 손상을 입지는 않습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폭탄이 터져 봐요. 그런 말이 입에서 나오나.”
경찰청장이 소리를 질렀다.

“본부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원자로는 폭격을 맞아도 괜찮다고 들었습니다. 그 정도의 조그만 폭발물로는 끄떡없을 겁니다.”
군 폭발물 처리반을 이끌고 온 소령이 말했다.
“미확인 물체가 설치된 터빈 커버는 얼마나 단단합니까?”
소령의 질문에 이 본부장이 대답했다.

“원자로보다는 못하지만 웬만한 폭발물에는 견딜 것입니다.”
“터빈을 돌리는 증기는 온도와 기압이 얼마나 됩니까?”
소령이 다시 물었다.

“약 섭씨 3백도 정도 됩니다. 115기압이고요.”
“안심할 일이 아니군요. 그 정도로 높은 온도와 기압의 기체가 쏟아져 나오면 건물 내부는 불지옥이 될 것입니다. 방사능 물질은 없다 치더라도 고열과 기압차로 건물이 큰 손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소령의 얼굴에도 걱정이 서렸다.

“주제어센터에서도 직원들을 모두 철수시키시오.”
경찰청장이 다시 소리쳤다. 이 본부장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원자로 가동을 중지시킬 수는 없습니다. 갑자기 원전이 서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합니다. 전기에 의존하는 많은 공장, 통신시설, 병원, 상가, 가정에 대혼란이 일어날 것입니다.”

“사람의 생명이 중요하지요.”
“병원에서 수술하던 환자는 어쩌고요?”
이 본부장의 걱정에 경찰청장도 난색을 지었다. 
“주제어센터를 모두 수동으로 바꾸고 한 명만 남기면 피해를 최소화하지 않을까요?”

수원이 이종문 본부장에게 건의했다. 
이 본부장이 경찰청장과 소령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꼭 그래야 한다면 그렇게 하지요.”
경찰청장의 말이 떨어지자 수원이 앞으로 나섰다.
“제가 남아 있겠습니다. 제어시스템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저예요. 제가 그 일을 위해 여기 와 있지 않습니까?”
“뭐요? 한 차장이?”

이 본부장이 더욱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여섯 명 몫을 할 수 있습니다. 근무자들을 모두 내보내고 대신 제가 남아 있게 해주십시오.”

수원이 여섯 명이라고 한 것은 주제어실 3교대 근무조의 한 팀 숫자가 여섯 명이기 때문이었다. 여섯 명씩 24시간 3교대 근무를 하고 있었다.

 

작가 소개 /

이상우는 추리소설과 역사 소설을 40여 년간 써 온 작가다. 40여 년간 일간신문 기자, 편집국장, 회장 등 언론인 생활을 하면서 기자의 눈으로 본 세상사를 날카롭고 비판적인 필치로 묘사해 주목을 받았다. 역사와 추리를 접목한 그의 소설은 4백여 편에 이른다. 한국추리문학 대상, 한글발전 공로 문화 포장 등 수상.

주요 작품으로, <악녀 두 번 살다>, <여섯 번째 사고(史庫)> <역사에 없는 나라>, <세종대왕 이도 전3권> <정조대왕 이산>, <해동 육룡이 나르샤>, <지구 남쪽에서 시작된 호기심> 등이 있다.


 

온라인뉴스팀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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