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추리소설] 이상우 작가의 신의 불꽃 31화
[연재-추리소설] 이상우 작가의 신의 불꽃 31화
  • 온라인뉴스팀
  • 입력 2020-09-11 09:30
  • 승인 2020.09.11 09:32
  • 호수 1376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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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은 허락이 떨어지기도 전에 성큼성큼 문을 향해 걸어나갔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요.”
등 뒤에서 이 본부장이 소리를 질렀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섯 명보다는 한 명이 희생되는 게 낫지요.”
수원이 돌아서서 손을 들어 보였다. 
“못 말리는 아가씨네.”
경찰청장이 혀를 내둘렀다.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수원은 제2원전 건물로 뛰기 시작했다. 
“한 차장님, 타세요.”
어느새 소식을 들었는지 영준이 차를 몰고 와서 수원의 앞에 댔다. 수원은 말없이 옆자리에 올라탔다. 차가 제2발전소 입구에 다다랐을 때 방송이 들렸다.
“제2발전소 건물 안에 있는 모든 직원은 속히 철수한다. 30초 내로 모두 밖으로 나온다!”

수원은 영준의 차에서 내리면서 꾸벅 인사를 하고 황급히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현관 앞에 차를 댄 수원이 차에서 내려 수원의 뒤를 따랐다. 
“주 차장님, 왜 따라오시는 거예요?”
수원이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같이 갑시다.”
“왜요?”

“그런 안전한 곳에는 저도 함께 가야겠습니다.”
영준은 평소와 달리 농담을 했다. 
“죽을 수도 있는데요?”
“그러니까 더더욱 함께 가겠다는 겁니다.”

수원을 따라잡은 영준이 수원의 손을 잡아끌며 앞으로 내달렸다. 영준의 손에서 뜨거운 열기가 전해졌다. 
“좋아요. 우리 지옥이라도 함께 가보지요.”

영준과 수원은 곧장 주제어실로 향했다. 만약  터빈실이 폭발한다면 주제어실은  거대한 열폭풍에 휩쓸릴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두 사람은 목숨은커녕 뼈 한 조각도 찾기 어려울 터였다. 이런 위험천만한 순간에 자신을 따라와 준 영준을 수원은 새삼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 순간, 대책본부는 정신없이 분주했다. 

“CCTV와 카드키 기록은 어떻게 되었어?”
이종문 본부장이 소리를 질렀다. 
“12시부터 14시 사이 CCTV에 잡힌 사람은 우리 직원밖에 없습니다.”
조민석 보안과장이 보고했다.
“카드 키의 사용자 기록은 확인했나요?”

이종문 본부장이 조민석 과장을 향해 물었다.
“카드키 사용자도 우리 직원 외에는 없습니다. 김용소 부장을 비롯해 김이정, 윤원규, 박철훈, 신용우....”
그때 김승식 보안부장이 소리쳤다.
“잠깐, 신용우 틀림없어?”

“예. 신용우...”
김승식 부장이 다시 말을 가로막았다.
“신용우는 어제부터 독감으로 출근하지 않았단 말이야.”
“뭐야? 그럼 신용우의 카드키를 쓴 사람은 대체 누구야?”
이종문 본부장이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신용우가 누굽니까?”

해운대 경찰서 수사팀장 문동언 경위가 물었다.
“주제어실에 근무하는 직원입니다. 13시 47분에 카드키로 문을 열었군요.”
김승식 부장이 컴퓨터 기록표를 훑으며 대답했다.
“폐쇄회로에서 찾아봐. 그리고 빨리 신용우를 찾아. 집부터 연락해봐.”
이종문 본부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지시했다.

채 1분도 안 되어 비상대책실 모니터에 CCTV 화면이 떴다. 카드키를 꽂고 문을 여는 직원의 모습이 지나갔다. 얼굴과 함께 카드키의 고유 번호와 시간이 자막으로 나왔다.
- 13시 47분 20초. 신용우 6098124.
“가만, 화면 정지.”

이 본부장의 지시에 정지 화면으로 바뀌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키 작은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언뜻 봐서는 키와 덩치가 신용우와 비슷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니 어딘지 모르게 달랐다. 
“신용우 아니잖아!”
모두 똑같이 소리 질렀다. 

“인사카드 다시 확인해 봐.”
이 본부장이 다시 지시했다. 모니터에 신용우의 신상 카드가 떴다.

- 신용우. 
주민등록번호 770317-1924....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592-6 
2004년 입사.

가족으로 아내와 딸 하나가 있었다.
“뭐야? 집이 서울이잖아?”
경찰청장이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말에만 올라가고 주중에는 이곳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소령님. 처리반 로봇이 도착했습니다.”
군 전투복을 입은 사병이 달려와 소령에게 경례를 붙이며 보고했다.
“로보트가 왜?”
경찰청장이 물었다.

“현재 상황에서는 폭발물을 사람이 직접 가지고 나올 수 없습니다. 그래서 로봇을 시켜 운반하려는 것입니다.”
방폭(防爆) 무장을 한 지뢰 제거반이 로봇을 들고 제2발전소 입구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비상대책실에 있는 사람들은 모니터로 그 광경을 보면서 숨을 죽였다. 

“한 차장이 걱정이야.”
김승식 부장이 나지막이 말했다. 모두 말은 하지 않았으나 수원의 용기에 감탄하고 있었다. 영준이 수원과 함께 들어간 사실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사람은 위기를 당해 봐야 진면목을 알 수 있다고 하더니...”
이 본부장이 말했다.

“한수원 박사의 할아버지는 독립군이었답니다. 아버지도 공무원으로 순직하고요.”
김승식 부장이 이 본부장에게 말했다.
그때 전화를 받고 있던 문동언 경위가 핸드폰을 닫더니 경찰청장에게 보고했다. 

“신용우가 기숙사에 없답니다. 어제부터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그럼 누가 납치라도 했단 말이야?”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누군가가 신용우를 납치해 카드키와 복장을 빼앗아 침투한 것 아닐까요?”
“신용우와 가까운 직원을 찾아 신용우의 행방을 알아봐.”
경찰청장이 지시했다. 
 

작가 소개 /

이상우는 추리소설과 역사 소설을 40여 년간 써 온 작가다. 40여 년간 일간신문 기자, 편집국장, 회장 등 언론인 생활을 하면서 기자의 눈으로 본 세상사를 날카롭고 비판적인 필치로 묘사해 주목을 받았다. 역사와 추리를 접목한 그의 소설은 4백여 편에 이른다. 한국추리문학 대상, 한글발전 공로 문화 포장 등 수상.

주요 작품으로, <악녀 두 번 살다>, <여섯 번째 사고(史庫)> <역사에 없는 나라>, <세종대왕 이도 전3권> <정조대왕 이산>, <해동 육룡이 나르샤>, <지구 남쪽에서 시작된 호기심> 등이 있다.

 

온라인뉴스팀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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