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도5646)

 

[로엘 법무법인 권혁재 변호사]
[로엘 법무법인 권혁재 변호사]

형법은 제298조에서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여 강제추행을 처벌하고 있다. 판례는 강제추행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사람을 추행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서 그 폭행 또는 협박이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것을 요한다’라고 하는데(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1도8805), 이는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함으로써 피해자의 성적자기결정권의 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하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폭행 또는 협박이 없어 항거가 곤란하게 될 정도까지 이르지 않은 경우의 추행에 있어서는 위 강제추행죄로 처벌할 수 없게 되는 처벌의 공백이 생기게 된다. 즉, 피해자가 애초부터 성적자기결정권의 행사를 자유롭게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피의자의 입장에서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필요 자체가 없어져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처벌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특정 피해자의 경우에는(예를 들어, 미성년자나 피감독자) 피의자의 ‘위계’나 ‘위력’에 의한 추행도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중 하나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로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여 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을 처벌하고 있다.
오늘 소개해드릴 대법원 판례는 위 조항의“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의 의미에 대해서 다룬 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도5646 판례다. 공소사실은 이하와 같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B에 있는 C편의점의 업주인 피고인은 2019. 2. 1. 21:20경 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구인 광고를 보고 연락한 피해자 D(남, 18세)에게 같은 구 E, 2층에 있는 F으로 오게 한 후 다시 G, 1층에 있는 H 호프집으로 이동하여 술을 마시다가 같은 날 23:50경 위 호프집을 나와 피해자가 집에 가야한다고 하자 피해자가 집에 가면 마치 아르바이트 채용을 하지 않을 것처럼 행세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피고인의 집으로 오게 한 뒤, 2019. 2. 2. 00:20경 같은 구 I, J호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피해자에게 자신의 침대에 누우라고 한 후 침대에 누운 피해자의 성기를 손으로 만지고, 피해자에게 피고인의 성기를 만지게 하여 피해자를 추행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피해자를 위력으로 추행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피고인에 대해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 대법원은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유죄)하였는데, 이렇게 심급마다 판단이 갈리게 된 이유는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를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에 포함되는지 즉, “보호감독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해 해석이 갈렸기 때문이었다. 1심 법원(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19. 11. 8. 선고 2019고단659)은 보호감독관계는 실질적으로 업무나 고용관계등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의 경우도 포함하지만, 그러한 영향력 행사의 전제가 되는 “기본적인 법률관계가 성립”되어 있어야 하는데, 피해자의 채용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경우로 보호감독관계가 성립하는 예외적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2심 법원(창원지방법원 2020. 4. 21. 선고 2019노2562)은 피고인은 피해자가 궁박한 사정에 있어 취업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를 악용하여 피고인의 요구를 거부하면 채용하지 않을 것이며 피해자를 추행하였다는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인력채용 절차에 있어 채용권자는 구직자에게 압도적 우위의 관계에 있으므로, 인력채용 확정전까지 구직자는 근로계약 관계에서 사용자와 피용자 사이의 관계보다 더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면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보호감독관계가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뒤이어 대법원도 2심 법원의 법리의 손을 들어주었다.

결국, 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의“보호감독관계”라는 구성요건을 엄격하게 법문언적으로만 해석할지, 실질적인 의미의 보호감독관계로 확대하여 해석할지에 따라 1심과 2심의 결론이 달라지게 된 것이다. 사견으로는 2심 법원이 확대 해석을 하게 된 근거 중 하나로 들고 있는 구직자와 채용권자의 관계가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보다 더 불안정한 상태여서 보호 필요성이 높다는 근거만으로는 구성요건을 확대해석하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에 반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심 법원이 그렇게 무리한 해석을 하게 된 이유는 그렇게 해석하지 않으면 피고인을 성폭력 범죄로 처벌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피고인이 죄를 저질렀고 처벌의 필요성이 있는데, 공소 죄명이 피고인의 죄에 딱 들어맞지 않아 고심하셨을 판사님의 모습이 그려진다.

최근 들어 기업 간의 협업 및 하청 업체를 이용한 생산, 플랫폼 산업의 등장 등으로 그동안의 전통적이고 수직적인 고용관계가 아닌 다양한 형태의 고용 및 노동관계가 생겨나고 있다. 업무상위력등에 의한추행죄에 있어서도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를 문언에만 갇혀서 해석하기에는 이미 사회 현상과 그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에 한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도5646 판례는 법원의 그러한 고민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고충을 엿볼 수 있는 판례다. 결국, 이러한 문제는 궁극적으로 입법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성적자기결정권의 행사를 과연 어디까지 보호할지에 대하여도 맞닿아있는 문제이므로 앞으로도 관심 깊게 지켜볼 주제다.

<권혁재 변호사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변호사시험 합격▲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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