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의원들로까지 번진 ‘계파 비방 은어’에…‘수박 금지령’ 내린 우상호
전화·문자·팩스 동원해 ‘반대 계파’ 공격하는 野 지지층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역구 사무실. [뉴시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역구 사무실. [뉴시스]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극심한 당내 계파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지층은 물론 당내 인사들까지 나서 비방 용어를 사용해 가며 설전을 벌이면서 갈등은 점차 확산됐다.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지도부가 갈등을 부추기는 용어 사용 등을 금지시키며 수습에 나섰으나, 곧바로 반발이 이어지는 등 계파 간 갈등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모습이다. 지지층에서는 다른 계파 국회의원의 지역사무실에 대자보를 붙이기도 하고, 문자·팩스 폭탄을 보내는 등 거친 방식으로 반대 계파에 대한 공격을 이어나가고 있다.

민주당의 중심 세력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친명계와 기존의 주류였던 친문계를 중심으로 한 비명계 인사들 간 대립이 민주당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지지자들을 넘어 당내 주요 인사들과 국회의원들까지 공개적으로 갈등을 표출시키면서, 당 안팎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SNS 상에서 벌어지는 野 인사들 간 ‘설전’

친명계 인사들과 비명계 인사들 간 다툼은 SNS 등 온라인상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재명 의원이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수행비서를 지냈던 백 모 씨는 이 의원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낸 의원들을 향해 댓글로 막말을 퍼부어 논란이 됐다.

그는 6.1 지방선거 패배 결과에 대해 “필요하다면 수박이 되겠다”고 한 이원욱 의원의 SNS에 “안 되것다. 곧 한 대 맞자. 조심히 다녀”라고 협박성 댓글을 달아 화제가 됐다. 강성 지지층의 팩스 폭탄 등을 비판한 윤영찬 의원의 SNS에는 “고개 빳빳이 드는 정치 하지 마라. 나중에 ○ 된다”고 댓글을 달며 또다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자신의 행동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자, 백 씨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윤 의원의 SNS에 댓글을 달아 “이재명 의원님과의 인연을 앞세워 제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했다”며 “앞으로 죽은 듯이 조용히 의원님 열정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살아가겠다”고 했다.

의원들 간에도 설전이 벌어졌다. 이재명 의원 측 지지자들이 이낙연 측 인사들이나 비명계 인사들을 비하하는 비방용 은어인 ‘수박’이 도마에 올랐다.

앞서 ‘수박이 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던 비명계 이원욱 의원이 자신의 SNS에 수박 사진을 올리며 “여름엔 수박이 최고”라고 하자, 친명계 김남국 의원은 “시비걸듯이 조롱과 비아냥거리는 글을 올려서 일부러 화를 유발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의원이 “정치훌리건들을 등에 업고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을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이라며 김 의원이 속한 ‘처럼회’의 해산을 권유하고, 김 의원이 “도둑이 선량한 시민에 도둑 잡아라 소리치는 꼴”이라고 반발하며 두 사람은 사흘에 걸쳐 논쟁을 벌였다.

친문계 윤영찬 의원은 친명계 이수진 의원의 행동을 문제삼았다. 그는 이 의원이 한 유튜브 채널에서 언론중재법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은 ‘원흉’으로 자신을 지목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이런 분들과 같은 당으로 정치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허탈감까지 들었다”며 이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SNS. [뉴시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SNS. [뉴시스]

‘멸칭’ 동원된 논쟁에…‘공개 경고’ 보낸 野 지도부

계파 갈등이 의원들 간 공개 설전으로까지 번지자 민주당 지도부는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당의 주요한 인사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각별한 절제의 언어를 사용하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앞으로 ‘수박’이라는 단어를 쓰는 분들은 가만히 안 놔두겠다”고 경고했다.

우 위원장의 경고에도 곳곳에서 반발이 일며 계파 간 갈등 해소는 요원해 보이는 상황이다.

지지자들은 민주당 당원게시판을 ‘수박’이라는 표현으로 도배하며 반발했고, 당내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왔다. 양문석 전 경남지사 후보는 “수박이라고 못 하면 호박이라고 하나”고 했고, 현근택 전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 정도 비난을 못 견디면 의원 자격이 없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 전송된 팩스. [윤영찬 의원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 전송된 팩스. [윤영찬 의원실]

지지층은 문자·팩스 폭탄…‘조롱 대자보’ 공격도

의원들이 공개 설전으로 갈등을 표출하는 사이, 지지자들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반대 계파의 의원들을 공격하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의사를 내보이고 있다.

최근 민주당 계파 갈등 국면에서 지지층의 공격은 신흥 세력인 친명계 지지층이 비명계 의원들을 겨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서 이재명 의원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친문계 홍영표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은 이 의원의 지지자들에 의해 ‘대자보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홍 의원의 사무실 출입문은 ‘치매냐’ 등 그를 조롱하는 내용의 대형 대자보로 도배가 되며 봉쇄됐다. 

전화 항의나 문자 폭탄, 팩스 폭탄은 당의 행사가 있을 때나 갈등이 표출됐을 때, 비판적인 내용의 발언이나 글 게시 등이 있을 때마다 반복된다는 것이 민주당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항의나 욕설 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 폭탄의 경우 많이는 2만 통까지 받아봤다고 민주당 한 의원 측 관계자는 전했다.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팩스 폭탄’을 보내 업무에 지장을 주는 것 또한 극성 지지층의 ‘의사 표현’의 수단이 됐다. 새까만 바탕색의 팩스를 보내 토너를 많이 쓰도록 하는 것도 한 수법이다.

윤영찬 의원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지방선거 유세를 마치고 의원회관 사무실에 돌아오니 복합기가 고장나서 문서를 출력할 수 없었다”며 “저주의 내용을 담은 시꺼먼 문서들이 지방선거 기간 내내 사무실 팩스로 날아든 탓”이라고 이 같은 상황을 알리기도 했다.

민주당 친문계 의원 측 한 관계자는 “(팩스 폭탄은) 당대표나 원내대표 선거, 국회의장 후보 선거 등 행사가 있을 때마다 생기는 일”이라며 “그 밖에도 SNS에 글을 올리거나 하면 문자 폭탄이나 전화 항의 등이 들어온다”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들어오는 팩스가 한두 장도 아니고, 끊임없이 출력되다 보니 기기가 열이 올라 고장나는 일도 있다”며 “그래서 그런 게 집중될 때는 기기를 아예 꺼 놓기도 하지만, 그러면 또  일을 할 수가 없는 게 문제”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의사를 표현하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실무에 지장이 생기니 곤란한 점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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