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과 떡락 사이’ 이준석 위기 속 친윤 당권行 속도 붙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리위 소명을 마치고 국회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리위 소명을 마치고 국회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 윤리위 중징계에 李 사실상 대표 직 박탈...法대응 유력, ‘탈당설’도
- 윤핵관은 ‘미소’...국힘 비대위‧전대 체제 전환하며 지도부 재편하나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이변은 없었다. 정치권의 관측은 그대로 적중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 8일 ‘성 상납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이 제기된 이준석 대표에게 ‘당원권 6개월 정지’ 중징계를 내렸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이 지난 7일 언급한 대로 통념에 근거한 ‘합리적 판단’이라면, 이 대표는 정치적 치명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의 결과 발표에 따라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오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수사 흐름이라면 그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일부 언론이 보도한 ‘윗선 개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거나, 수사 당국이 이 대표의 무혐의 또는 증거불충분 결론을 내릴 경우 국민의힘도 대량 출혈이 예상된다. 부정 이슈에 얽힌 자당 대표에게 중징계 철퇴를 내린 윤리위의 결정은 박수받을 일이다. 하지만 ‘집권당 대표 중징계’ 사태의 이면에는 ‘당권 투쟁’이라는 모종의 이해관계가 깔린 만큼, 윤리위 처분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질 전망이다. 당분간 국민의힘은 벼랑 끝에 몰린 이 대표의 사생결단 저항과 리더십 공백을 노린 당내 유력 인사들의 집권 시도가 교차하며 내홍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 현직 대표가 직권을 박탈당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한동안 메가톤급 내홍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이 대표는 줄곧 윤리위의 ‘경고’ 징계조차 수긍할 수 없다고 밝힌 만큼,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내 법원에 징계 효력 무효화 가처분 신청을 내고 ‘권력 쟁투 희생양’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등 불복 대응에 나서며 배수진을 칠 것이란 관측이다.

심지어 일각에선 당의 ‘대쪽 처분’에 분개한 이 대표가 ‘탈당→창당’이라는 극단적 선택지를 꺼내들 것이란 말도 나온다. 다만 이번 윤리위 징계로 ‘이준석 프리미엄’에도 시한부 선고가 떨어진 만큼, 이 대표의 기사회생이 쉽지 않다는 게 정치권 중평이다.

한편 리더십 궐위에 놓인 여당은 지도부 재편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당장은 권성동 원내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나, 비상대책위원회 발족이나 조기‧임시 전당대회 개최가 거론될 수 있다. ‘비윤(非尹) 핵심’ 이 대표가 벼랑 끝에 몰리자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등 친윤계가 당권 장악 시나리오를 가동할 최적의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친윤의 당내 집권 행보는 정치권에서 공공연히 예견된 바다. 정가에선 ‘이 대표의 중징계도 그 행간에 불과하다’는 평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복심’들이 현직 당 대표 축출의 배후에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양희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관련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징계 심의를 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며 입장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이양희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관련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징계 심의를 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며 입장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윤리위 “당원권 6개월 정지”...이준석 수난사 서곡(序曲) 

30대 여당 당수의 ‘수난사’ 서막이 올랐다. 국민의힘 윤리위는 국회에서 지난 7일 저녁부터 이튿날(8일) 새벽까지 이 대표에 대한 징계를 논의한 끝에 ‘당원권 6개월 정지’를 의결했다. ‘7억 투자 각서’ 의혹 당사자인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은 보다 징계 수위가 강한 ‘당원권 2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윤리위가 이 대표와 핵심 측근의 ‘품위유지의무 위반’이 상당부분 인정된다는 판단에 방점을 두면서, 고강도 처분을 내린 것.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심의 직후인 지난 8일 새벽 2시 40분경 취재진에게 “윤리위는 이 대표에 대해 당원권 정지 6개월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지난 1월 ‘투자유치 각서’로 성 상납 의혹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보고, ‘품위유지위반’ 징계 사유를 적용한 것. 김철근 정무실장이 이날 투자 각서는 이 대표와 무관하게 자의로 작성했다는 점을 적극 소명했으나, 윤리위는 이 대표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이 위원장은 “이 대표는 김 실장이 1월 10일 대전에서 사건 관련자 장모 씨를 만나 성 상납 관련 사실 확인서를 작성 받고 7억 원 상당의 투자 유치서를 써준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며 “윤리위는 이 대표가 당 전체에 미치는 영향과 업무상 지시 관계, 관련자 소명 및 녹취록, 김 실장이 본인 일이 아님에도 거액 투자 유치 확인서를 작성했다고 믿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은 직접적인 징계 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에 이 대표는 남은 임기(11개월)의 절반을 야인(野人)으로 지내야 하는 중대 위기를 맞았다. 윤리위 최종 의결에 따라 ‘당원권 정지’ 효력이 발동되면 자연스레 대표 직 수행도 불가하다. 원칙적으론 징계 효력이 풀리는 6개월 뒤 당무 복귀가 가능하지만, 잔여 임기의 절반이 삭제될 경우 이 대표는 당내 영향력 상실과 이미지 실추로 정계 복귀 자체가 어려울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국민의힘의 한 당직자는 “이 대표가 설령 당원권 정지가 풀리고 복당한다고 해도 무혐의를 입증하며 (성 상납) 의혹을 전소(全燒)시키지 않는 이상 정치 재개는 불가능에 가깝다”며 “이번 윤리위 징계로 당내에선 이 대표의 의혹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커졌다. 이 대표가 재심의 청구나 법적 가처분에 나선다고 해도 일단 윤리위 징계 효력이 발동되면 활로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대회의실에서 열린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하며 입장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대회의실에서 열린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하며 입장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여론전’으로 반전 모색...당정도 출혈 불가피 

이 대표는 윤리위 중징계가 결정된 지난 8일 즉각 결사항전에 돌입했다. 자신의 핵심 기반인 2030세대를 겨냥해 당원 가입을 촉구하며 지지층과 여론 결집에 나선 것. 절차적 대응에 앞서 자신이 여당의 ‘선거 도구’로 활용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윤리위 징계에 대한 부정 여론을 극대화시키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보수 지지층으로 유입된 2030 청년층에선 이 대표의 중징계에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도로 자유한국당’, ‘토사구팽의 전형’이라고 비판하며 당원 가입 인증 릴레이까지 펴고 있다.  

윤리위 출석에 앞서 취재진에게 눈시울을 붉히며 ‘억한 심정’을 토로한 이 대표다. 2030을 중심으로 동정여론이 확산되면 집권 당정으로선 청년 정치를 이용했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성 상납 의혹’의 실체적 진실과 별개로, 국민의힘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청년 당 대표를 축출한 수구 정당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은 거대 뇌관이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지지율이 저공비행하는 가운데, 이번 윤리위 중징계가 보수정권을 향한 민심 이탈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성 비위’ 이슈로 직권 박탈 위기에 놓인 30대 청년 당수에 대한 실망과 ‘당권 투쟁의 결과물’이라는 비판 여론이 뒤섞이며 당정 신뢰도가 하락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다선 출신의 정계 원로는 “여당 집권 세력의 기획 축출이 됐든, 당헌‧당규에 의한 공정한 징벌 절차였든 간에 어떤 경우라도 현 당정은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어찌됐든 이준석(대표)을 영입해 선거를 이기면서 국민의힘이 수구 이미지를 벗겨낸 것은 사실이잖나. 이후에도 (국민의힘이) 혁신 의제를 놓지 말고 청년 민심을 꾸준히 끌어안는 것이 필요하다”고 첨언했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국회가 정상화되기도 전에 당 대표 공백 사태가 불거져 민심과의 괴리가 커질까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라며 “수사당국 결론에 앞서 섣부른 윤리위 징계로 내홍을 자초한 것은 아닌지...”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반면 당내에선 ‘이준석 리스크’와 선을 그어야 한다는 강경론도 엄존한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3선 의원은 “성 관련 논란이 불거진 당 대표를 방치한다면 그야말로 잠재적 리스크를 키우는 꼴”이라며 “당 쇄신 차원에서라도 이번 윤리위 징계는 합당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풍치(風齒) 빼낸 친윤, ‘당권 장악’ 속도 내나

‘마이웨이 정치’로 친윤과 대립각을 세웠던 이 대표가 코너에 몰리면서, 친윤계의 당권 장악 시나리오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 기한은 6개월이다. 당장 이달 징계 효력이 발동되면 이 대표는 내년 1월까지 당 대표로서 직무 수행이 불가하다. 가뜩이나 친윤계의 비토로 당내 입지가 불안한 이 대표로선 반년가량 자리를 비우게 될 경우 내부 장악력은 제로화 될 공산이 크다. 

여기에 이 대표는 당장 윤리위 중징계로 성 상납 의혹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친윤의 전방위 사퇴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표는 윤리위 징계가 결정된 지난 8일 “당 대표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고 자진 사퇴에 선을 그으며 징계 처분을 보류하는 등 모든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여당은 리더십 공백 사태에 ‘당권 경쟁’ 국면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권성동 원내대표의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 전환 가능성이 유력한 가운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전환과 조기‧임시 전당대회 개최까지 왕왕 거론된다. 이 대표의 직권이 박탈되는 시점을 기해 윤핵관, 안철수 의원 등 차기 당권주자들이 속속 두각을 나타내며 신경전을 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당 대표가 6개월 이상 임기를 남겨두고 궐위하면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 잔여 임기를 수행하는 대표를 뽑도록 하고 있다. 임시 전대는 윤핵관 맏형인 권 원내대표가 여당 ‘원톱’으로 조기 진입할 수 있는 시나리오로 꼽힌다. 정치권 호사가들 사이에선 임시 전대가 개최되면 이른바 ‘친윤 천하’가 도래할 것이라는 말도 돈다. 

실제로 권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이 대표의 거취와 관련, “윤리위 의결 즉시 효력이 발생해 당 대표 권한이 정지되고, 권한은 원내대표가 직무대행 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야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임시 전대와 더불어 이 대표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정규 전대까지 치를 경우, 내부 신경전 지속으로 결속이 와해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임시 전대로 선출된 당 대표는 차기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천권이 없어 당내 유력 당권주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현행 룰을 수정해 ‘조기 전당대회’를 여는 방안도 언급된다. 당 상임전국위원회를 통해 당헌‧당규를 개정하게 되면, 임시 전대나 비대위를 거치지 않고 2년 임기의 당 대표 정규직 선출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 전환이 확정되기에 앞서 조기 전대설이 분출되며 내부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  

‘비대위 체제’도 여당 리더십 부재를 메울 대안으로 지목된다. 임시‧조기 전대와 비교해 안정적인 지도부 대행 체제라는 평가지만, 당 실권 장악에서 특효를 보기 어려운 만큼 윤핵관 등 유력 당권주자들이 이를 기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게다가 대선‧지선에서 승리한 집권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도 엄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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