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윤석열 정부와 경찰조직의 정면충돌이 해법없이 장기화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방침을 놓고 일선 경찰조직의 집단항명과 조직적인 반발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경찰조직의 꽃으로 불리는 전국 경찰서장(총경)의 집단항명 사태의 충격파는 컸다. 정국을 뒤흔든 것은 물론 여야 정치권까지 참전하면서 파문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경찰국 사태의 장기화는 양측 모두에 부담이다. 현 정부로서는 대통령 지지율의 급격한 하락세에 이어 통치의 기본조직인 일선 경찰마저 정권에 등을 돌릴 경우 레임덕마저 우려될 정도다. 게다가 경찰 내부의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를 둘러싼 자진사퇴 압박론도 부담이다. 반면 경찰 조직의 부담 또한 적지 않다. 치안을 담당하는 국가 공무원이 현직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모양새가 끊임없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문재인정부 시절 정국을 뒤흔들었던 검란과 마찬가지로 경란이 지속될 수도 있다. 경찰국 사태를 둘러싼 정권 수뇌부와 일선 경찰의 내부 파워게임 양상과 윤 대통령의 출고전략 노림수를 짚어봤다.

대구 수성구 대구경찰청 앞에서 대구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윤석열 정부 경찰 장악 시도 규탄 및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7.28. 뉴시스
대구 수성구 대구경찰청 앞에서 대구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윤석열 정부 경찰 장악 시도 규탄 및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7.28. 뉴시스

경찰국 사태 일파만파전국 경찰서장 회의 집단항명논란
- 윤희근 식물총장 우려에 민주당 이상민 장관 탄핵론 만지작
20%대 지지율 대통령, 경찰국 사태 해결 딜레마 상황

갈등은 복잡다단하지만 해법은 난항이다. 무엇보다 국회 다수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경찰국 사태를 주도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한 탄핵 발의를 만지작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경찰국 반대 움직임에 제2의 광우병사태를 획책하는 것이라면서 강도높게 반발하고 있다. 만일 민주당이 이상민 장관에 대한 탄핵안 발의와 관련해, 정치적 역풍에 대한 고려 없이 승부수를 던질 경우 여야의 극한대치는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경찰국 사태는 일파만파 확대되면서 장기화로 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모든 시선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모아지고 있다. 사실상 사태 해결의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취임 이후 최초로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한 윤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경찰조직을 달래는 온건 노선과 집단항명 사태에 대한 징계 등 강경 노선 등을 양대 축으로 다양한 해법을 고미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경찰 꽃총경급 전국서장 집단항명에 이상민장관 쿠데타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논란이 전국적 이슈로 떠오른 것은 지난달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의 여파다. 경찰청 지휘부의 해산 지시에도 이를 강행한 전국 총경들은 경찰국 신설 반대를 분명히 했다. 이후 전국 총경회의를 주도했던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은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고 나머지 인사들도 감찰 대상이 됐다. 일선 경찰들은 지휘부의 강경 대응에 반발했다. 이에 경찰국 신설을 주도해온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에 하나회의 쿠데타라며 작심 비판했다.

경찰서장은 총경 계급으로 13만명에 이르는 일서 경찰들을 현장에서 지휘 조직하기 때문에 경찰의 꽃으로 불린다. 총경 계급은 대략 650여명에 이르는데 약 3분의 1 정도가 참석해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에 대해 법령 제정 절차를 당분간 보류하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휘 체계가 엄격한 경찰조직의 특성을 고려할 때 사실상 집단항명 사태와 다를 바 없었다. 전국 경찰서장들은 모임 이후 발표한 입장문에는 많은 총경이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이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우려를 표했다고 반발했다. 특히 민주주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민주적 통제에는 동의하지만,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통제는 역사적 퇴행으로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강조했다.

이후 상황은 복잡하게 꼬여갔다. 윤희근 경찰청장 직무대행(후보자)는 류삼영 서장에 대해 울산경찰청 공공안전부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 대기 근무를 명했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것에 대한 징계조치였다. 일선 경찰관들은 경찰 내부망인 현장활력소를 통해 거세게 반발했다. 저도 대기 발령시켜달라 정권 입맛에 맞게 행동하는 지휘부를 규탄한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등 거친 반응이 쏟아졌다. 특히 문재인정부 시절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반발한 검사들의 집단행동과 비교할 때 검사 회의는 되고 경찰 회의는 안 되느냐는 반발로 적지 않았다. 류삼영 서장 역시 행안부 장관이 인사권을 가지면 안 되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결국 전국 경찰서장 회의 이후 이상민 장관이 직접 등판했다. 이 장관은 경찰 총수인 경찰청장 직무대행자가 해산 명령을 내렸는데도 그걸 정면으로 위반했다군으로 치면 각자의 위수지역을 비워놓고 모임을 한 건 거의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으로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특정(경찰대) 출신들이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회에 준한다경찰을 개혁한다고 하니까 본인들의 지위에 위기감을 느껴서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희근 후보자 식물청장 우려이상민 탄핵론뇌관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이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경찰국 신설 반대 대국민 홍보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2022.07.27. 뉴시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이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경찰국 신설 반대 대국민 홍보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2022.07.27. 뉴시스

경찰국 사태는 이후 국무회의에서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안이 통과되면서 소강국면을 맞았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총경 아래 경감·경위급 일선 경찰관들이 지난달 3014만 전체 경찰회의를 추진했지만 향후 사태 추이를 지켜보기 위해 이를 취소됐기 때문이다. 전체 경찰회의를 주도한 서울 광진경찰서 김성종 경감은 국무회의 통과로 경찰국 설치가 확정됨에 따라 어떠한 사회적 해결방법이 없어진 현실에서 전체 경찰 이름의 사회적 의견 표명은 화풀이는 될지언정, 사회적 우려와 부담을 줘 경찰 전체가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국회가 이러한 불법적인 경찰국 설치에 대해 입법적으로 반드시 시정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공은 이제 사실상 국회로 넘어간 셈이다. 표면적인 소강 상태에도 국회로 경찰국 사태가 넘어갈 경우 윤희근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이상민 장관 탄핵론이 또다른 불씨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민주당은 경찰국 신설과 관련, 윤석열 정부가 검찰의 요직 장악에 이어 공안통치 체제를 완성하는 것이라고 비판해왔다.

이에 따라 조만간 개최될 윤희근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민주당의 총공세가 예상된다. 윤 후보자의 경우 리더십에 적잖은 상처를 입은 만큼 국회 인사청문회를 우여곡절 끝에 통과한다 하더라도 식물 경철창장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정권 수뇌부와 일선 경찰의 갈등을 해소해야 할 윤희근 후보자는 식물 경찰청장에 놓이게 된다면 경찰국 사태의 합리적 해결은 더 어려워진다. 윤 후보자는 경찰국 사태의 와중에서 더는 국민들께 우려를 끼칠 일이 없어야 한다며 집단행동 자제를 촉구했지만 일선 경찰의 반발을 확산 중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윤 후보자가 일선 경찰관들의 신임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평가마저 나오기 때문이다. 경찰 내부망에는 경찰 조직 전체를 통솔할 리더십에 이미 큰 흠결이 생겼다행안부 장관과 대통령만 바라보는 청장을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이상민 장관 탄핵론이다. 경찰국 신설을 현 정부의 경찰장악이라며 반대해온 민주당은 강경파를 중심으로 투쟁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현행법상 국회가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을 소추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본회의에서의 재적 과반 의결이 필요하다. 여론의 역풍도 고려해야 하지만 민주당이 실제 탄핵 추진에 나설 경우 169석의 의석수를 고려하면 단독 처리도 가능하다. 이 장관은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민주당의 탄핵론을 의식한 듯 쿠데타 관련 발언이 지나쳤다는 비판에 대해 제가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자세를 낮췄지만 민주당은 격앙된 분위기다. 민주당은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및 해임건의안 추진 등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탄핵론을 띄우고 있다. 행안위원장 출신인 서영교 의원은 시행령으로 경찰국을 설치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고 위법이라면서 탄핵이라는 것은 행정부가 국회를 무시했을 때 국회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이고 법적 보장 장치. 이 부분에 대해 검토하는 것은 우리들의 임무라고 말했다. 경찰대 출신인 황운하 의원 역시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추진과 관련, “당내에서 반대하는 분은 없는 것 같다국회 행안위를 통해 책임을 추궁한 뒤에도 일을 강행한다면 탄핵 소추 요건이 된다고 지적했다. 경찰 출신인 국민의힘 소속 권은희 의원도 정부조직법이나 경찰법 등 법률에 대한 위배가 너무나 중대하고 명백하기 때문에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하는 사안이라며 탄핵소추 심판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지지율하락 고민 깊어지는 대통령, 출구전략 고심

이상민 행안부장관. 뉴시스
이상민 행안부장관. 뉴시스

경찰국 사태가 뾰족한 해법없이 장기화하는 것은 윤 대통령으로서도 부담이다. 국정수행 지지율 하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찰국 사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상민 장관을 제치고 윤 대통령이 사태해결을 위해 전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물론 윤 대통령은 경찰국 사태의 확산 과정에서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가 다소 강경론으로 선회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대통령실 출근길 약식회견에서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에서 필요한 조치를 잘 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다만 다음날인 26일에는 모든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치안 관서장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경고장을 날렸다. 윤 대통령은 특히 정부가 헌법과 법에 따라 추진하는 정책과 조직개편안에 대해 집단적으로 반발한다는 것이 중대한 국가의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국방과 치안이라고 하는 국가의 기본 사무도 그 최종적인 지휘 감독자는 대통령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고심은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지구대 전격 방문에서 드러난다. 이번 방문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휴가철을 맞아 격무에 시달리는 경찰 조직을 위로하고 경찰의 치안대응 태세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행안부 내 경찰국의 정식 출범을 앞두고 현 정부와 경찰조직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경찰국 사태의 조기 해결을 위해 일선 경찰조직을 다독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은 현장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는 경찰관들의 모습을 보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든든하다제복 공무원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와 처우를 개선해나가는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겠다고 약속했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지방선거 압승 이후 한 달여간 누적된 지지율 하락세 탓에 사실상 레임덕에 준하는 위기 상황에 내몰린 윤석열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면서도 일선 경찰들의 반발을 그대로 지켜만 볼 경우에는 국정 최고책임자로서의 영이 서지 않는 딜레마적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대내외적인 경제위기에다 지지율 추가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경찰국 사태라는 갈등 요인을 대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당정 고위 수뇌부들이 일선 경찰에 대한 처우개선 등 유화적 노선으로의 변화, 징계조치 등 강경대응을 통한 정면돌파, 경찰대 출신 특권폐지를 통한 개혁적 노선 강화 등 다양한 해법의 장단점을 논의한 뒤 윤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이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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