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계 급부상에 친문은 노심초사...‘주명야문’ 현실화할까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홍영표, 신동근 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경선 후보들에게 정치개혁과 기본소득에 대한 치열한 논쟁 참여를 제안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홍영표, 신동근 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경선 후보들에게 정치개혁과 기본소득에 대한 치열한 논쟁 참여를 제안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전대 독주체제 굳어져...민주당 ‘文지우기’ 돌입     
- 친문 ‘공천학살’ 우려 속 백기투항 가능성에 무게 실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의원을 중심으로 권력이 집중되는 등 유속이 빨라졌다. 친명(친이재명)계의 급부상은 정치 비전이나 이념적 가치보다 특정 인물을 구심점으로 세력화하는 국내 정당정치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당 안팎에서 이 의원의 8.28 전당대회 승리를 확신하는 ‘확대명’(확실히 당 대표는 이재명)이 분출하자, 민주당 내부의 ‘세 쏠림’은 더욱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문재인 정권에서 거대여당을 휩쓸었던 ‘친문’(친문재인)도 깊은 딜레마에 빠졌다. ‘민주당=이재명당’ 공식 성립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노선을 재설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당헌 제80조 개정 움직임을 ‘이재명 방탄 개정’으로 규정하며 마지막까지 목소리를 냈던 친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전대가 임박한 만큼, ‘주명야문(晝明夜文)’이냐 제3의 길을 가느냐를 선택해야 하는 중대 기로에 섰다.

민주당 전대시계가 빨라지면서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 ‘확대명’으로 바뀌었다. 당 대표 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당 최고위·광역위원장 선거에서도 친명계 인사들이 대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상 친명의 민주당 장악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반면 문재인 전 대통령을 필두로 민주당을 장악했던 친문은 전대를 목전에 둔 시점에 일선에서 자취를 감췄다. 친문은 리더십 부재 속에서 친명과의 대치 국면을 이어가기도 난감한 상황이다. 당헌 80조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전대 이후 친문이 이 의원의 ‘사법리스크’를 매개로 재반격에 나설 가능성도 미지수다.

친명 비대화에 급기야 ‘문재인 지우기’ 나선 민주당

민주당 전대 판세는 그야말로 이 의원이 압도하는 상황이다. 이 의원은 이번 전대 1·2차 지역순회 경선에서 각각 74.81%, 74.15%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확대명’ 대세론에 방점을 찍었다. 비명(非明, 비이재명)계 당 대표 후보로 나선 박용진 의원은 강훈식 의원과의 단일화 효과도 보지 못한 채 20%대 득표율을 기록하며 저공비행하고 있다. 사실상 ‘이재명 독주체제’ 저지가 불가해 보인다.     

이에 민주당에선 최근 이 의원의 당 장악력이 수직상승하는 모양새다. 이 의원을 지지하는 소위 친명계의 세도 급격히 불어났다는 게 민주당 당직자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게다가 최고위 지분을 놓고도 친명계 의원들이 대거 약진하면서, 친명의 지도부 독과점이 기정사실화된 흐름이다. 현재 당선권에 진입한 5명 중 4명(정청래·박찬대·장경태·서영교 의원)이 모두 친명계다. 친문 출신은 고민정 의원이 유일하다.  

친명의 급부상에 민주당은 재빠르게 스탠스 전환에 나섰다. 당 전당준비위원회가 경제 분야 강령에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 어젠다인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을 배제키로 한 것. 대선·지선 연패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한 의제 환기라는 게 전준위 측 설명이나, 당 내에선 ‘문재인 지우기’ 수순으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실제 전준위 자체 회의에서도 전임 정부의 소주성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전당대회 이전까지만 해도 소득주도성장은 성역과 같은 정책 의제로 여겨졌던 게 사실”이라며 “전대 경선 결과가 발표되는 시점을 전후해 친명 의원들 사이에서 ‘정책 강령도 슬슬 손 봐야한다’라는 말들이 나왔다”고 전했다. 소주성 강령 삭제에 친명계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추측되는 대목이다. 

‘두문불출’ 친문, 공천 의식한 몸 사리기?

민주당의 역학구도가 요동치면서 친문도 공개 메시지를 자제하는 등 빗장을 걸었다. 올 초만 해도 거대 정당의 1세력이었지만 전대를 기점으로 몸을 크게 낮춘 모습이다. 친문의 두문불출이 차기 총선 공천권을 의식한 ‘몸 사리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8.28 전대로 선출될 민주당 차기 당 대표는 2024 총선 공천권이라는 막대한 권한을 쥐게 되는 만큼, 당선권에 들어 있는 이 의원의 ‘공천 칼바람’을 우려한 처사라는 것. 

지난 3.9 대선을 통해 이재명 의원은 비주류 변방장수에서 일약 민주당 최대 파벌의 수장으로 거듭났다. 대선 이전까지만 해도 이 의원의 핵심 세력은 성남-경기 기반 인사들과 민주당 정성호·김영진·김병욱·임종성·문진석·김남국 의원 등 소위 ‘7인회’로 불리는 원내 인사들이 주축이었다. 그러나 대선을 거치면서 이 의원은 기존 (범)친문계 의원들을 친명계로 대거 유입시키며 세를 크게 불렸다.  

반면 민주당 구 당권파인 친문은 줄곧 쇠퇴일로를 걸었다. 뚜렷한 구심점이 없는 데다, 대선과 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친문계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다. 이렇다 보니 전대가 본격화된 시점에 이 의원을 향한 공세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나마 김종민·전해철 의원 등이 ‘이재명 방탄’ 논란을 빚고 있는 당헌 80조 개정 추진에 반기를 들었지만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평가다. 

당초 민주당에선 당헌 80조 개정 저지는 친문의 최후 저지선으로 보는 시각이 짙었다. 사법 리스크에 노출된 이 의원을 엄호하자는 취지의 개정 움직임은 친문에게 마지막 공세 소재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친문의 목소리는 결집되지 못했고, 개인플레이에 그치며 친문의 저항 기류도 소멸했다. 최고위 선거에서 유일하게 친문 주자로 이름을 올린 고민정 의원조차도 “이슈 자체가 이 후보의 입지를 굉장히 좁아지게 하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친문이 대세를 수긍하고 친명과 협조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소장파로 분류되는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계파적 이해관계를 벗어나 누가 (당 대표가) 됐든 당심을 모아야 할 때”라며 “친문이라고 불리는 의원들도 승패적 관념을 버리고 민주당의 앞날을 위해 협조적인 스탠스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의원이 차기 당 대표로 선출되면 친문이 우려하는 ‘공천학살’은 사실상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 의원이 전대 출마를 선언하면서 ‘합리적 공천’을 약속했지만, 지난 대선부터 동고동락한 친명계 의원들을 공천 우선순위에서 배제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민주당 당직자는 “(이 의원이) 시스템 공천을 언급했다지만 그간 주요 사안마다 제동을 걸고 나섰던 친문에게 공천을 줄 리 없다”라며 “친문들이 침묵 모드에 들어간 것은 공천을 의식한 소극적 처세”라고 했다. 

또 일각에선 친문이 차기 총선 공천 대상에서 배제될 공산이 큰 만큼, 이들이 대거 탈당해 신당을 창당할 것이란 극단적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결국 민주당에서 설 곳을 잃은 친문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한정적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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