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자신의 존재와 행위로 인해 주변인들이 처벌받거나 위협을 당한다고 느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엉이바위로 가기 전 남긴 유서(遺書)의 일부다. 노 전 대통령은 개인적 친분이 있던 박연차로부터 자신의 일가가 금전을 수수했다는 포괄적 뇌물죄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귀가한 후인 2009523, 자택 뒷산인 봉화산 부엉이바위에서 투신자살했다.

2018. 노회찬 정의당 대표는 드루킹 사건과 관련, 돈을 받았다는 혐의가 나오자 자살했다. 그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뇌물 때문에 수사가 진행되자 압박을 받고 양심의 가책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에 대해 죄의 유무(有無)와 상관없이 페이소스 (pathos)를 갖는다. 사람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양심이 짙게 드러나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들과 대비되는 전혀 다른 인간형을 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누군가는 그를 재앙을 몰고 다니는 사신(邪神)’이라고 하고, 죽음을 부르는 사신(死神)’이라고 비난한다. 실제로 그의 주변 사람 중 무려 네 사람이 잇달아 돌아올 수 없는 손님, 즉 불귀(不歸)의 객()이 되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내에서,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에 이어 2인자로 불리던 핵심 인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지시를 받고 일 한 대장동 비리의혹 핵심인 유한기씨가 자살했다. 그로부터 2주 후에는 당시 이시장과 관광도 하고 골프도 같이 치며, 대장동 사업에 대해 네 차례 대면보고 등 일곱 차례나 직접 보고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개발사업 1처장 김문기씨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에 대해서는 자살당했다는 말이 회자(膾炙)됐다. 다시 2주 후 ()생은 비록 망했지만 전 딸, 아들 결혼할 때까지는 절대로 자살할 생각이 없습니다.”던 이 시장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폭로자 이병철씨가 자살했다. 뒤이어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의 지시로 법인카드를 유용한 혐의를 받던 김현욱씨도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재명의 심복 유동규도 비록 죽진 않았지만, 자살 쇼를 벌이기도 했다. ‘사신(死神)’이라는 풍자가 무색하지 않게 이 대표의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죽음의 행렬을 이어갔다. ‘대장동 더 불면 연쇄자살 사건이라는 비극적 조롱이 이어졌다. 그들이 죽음으로써 숨기려 했던 진실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모르는 사람

이들의 죽음 또는 죽임에 대한 이 대표의 반응은 한결같이 싸늘했다. 고 김문기씨의 가족은 유서없이 자살할 사람이 아니다.”라며 자살시킨 것이라고 절규(絶叫)했다.

이 대표는 방탄(防彈)이 필요해선지 대선 패배 후 곧바로 보궐선거에, 그것도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을에 느닷없이 출마해 국회의원이 됐다. 그것으로 모자랐는지 개딸들의 광적인 지지에 힘입어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로써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1인을 위한 더불어방탄당으로 전락했다. 더구나 이 대표가 그렇게 국회에 입성해 당대표로서 밀어붙이는 입법들이 가관이다. 국민연금 개편과 연계하지 않은 채 기초연금을 10만 원 인상해 40만 원으로, 그것도 65세이상으로 지급 대상을 확대하는 법안. 농민들이 쌀을 초과 생산하면 정부가 매년 1조 원이 넘게 드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법안 등 현금 지원성 퍼주기법안들을 남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이 대표는 정말 어려운 국민을 위한 연민의 발로에서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일까. 그가 각종 의혹사건에서 주위 사람을 대하던 모습에서 우리가 본 것은 이권(利權)의 그림자였지, ‘연민의 몸부림이었나?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도지사, 국회의원, 민주당 대표가 된 지금까지 현금 뿌리기를 즐겨한다. 그것이 양심과 연민의 발로일 것으로 보는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 우리는 이 대표가 자기 재산을 이웃과 나눴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소수의 부자 호주머니를 털어 다수 사람에게 나눠주자는 행위는, 의적(義賊)을 흉내 낸 유사(類似) 도적질에 불과한 것 아닌가.

우리는 다시 인간의 양심과 연민에 대해 생각한다. 인면수심(人面獸心),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으나 마음은 짐승과 같다는 말이다. 말이나 행동이 몹시 흉악함을 이르는 말이다. 양심(良心)은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을 말한다. 재물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고, 친구를 잃는 것은 많이 잃는 것이며, 양심을 잃는 것은 인생의 전부를 잃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고인(故人)인 노무현과 노회찬에게서 발견하는 것이 바로 양심이요, 그래서 갖게 되는 마음이 연민이다. 자신과 관련된 숨겨진 거의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가노(家奴)’ 정아무개를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으로, 김아무개를 의원실 보좌관으로 데려온 이 대표에게 라스웰(Harold Dwight Lasswell)권력과 인간에서 지적한, “사적 동기를 공적 목표로 바꾸어 공공이익의 이름 하에 사적 동기를 합리화하는” ‘정치적 인간의 특징 외에 과연 무엇이 더 있는가를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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